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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IS 인터뷰] 슈퍼스타로 돌아온 오타니 쇼헤이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좋은 시간 만들 것"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12년 전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여줬던 까까머리 고교생이 '월드 스타'로 올라서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오타니 쇼헤이(30) 얘기다. 오타니가 20·21일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출전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지난 15일 입국한 그는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훈련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 방한 소감과 자신에게 서울 시리즈가 갖는 의미를 전했다. 오타니는 "정말 즐겁다. 한국 야구팬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여기(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공항부터 수많은 한국 야구팬의 환대를 받은 그는 "일본과 한국은 항상 스포츠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한국과의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와 팀을 항상 존경했다. 그래서 이렇게 환영받아서 감사하다. 모두에게 멋진 쇼를 선사하기 위해 뛸 것"이라고 힘주어 말았다. 오타니는 현재 야구계 최고의 스타다. MLB에서 뛴 지난 6시즌(2018~2023) 동안 투수와 타자 모두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그는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소속으로 치른 2021시즌 투수로 9승 2패·평균자책점 3.18, 타자로 타율 0.257·46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2022시즌에는 투수로 개인 한 시즌 최다승(15승)을 올렸다. 2023시즌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아메리칸리그(AL) 홈런왕(44개)에 올랐고, 타율도 커리어하이(0.304)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팔꿈치 부상으로 정규시즌 완주에 실패하고도 10승·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두 번째 MVP도 차지했다. 2023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9324억원) 달러에 계약하며 북미 스포츠 사상 최고 계약을 해냈다. 지난 2월에는 결혼 소식을 전하며 한 남자로서도 새 출발 했다. 오타니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팀(다저스)에 합류했고,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게 됐다. 하루 빨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오타니는 "사실 그런 관심이 익숙한 건 아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면서도 "내가 할 일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한국 개막전에 동행한 소감을 묻는 말에 "함께 해외에 온 게 처음이다.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라며 수줍게 웃어 보인 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다"라며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오타니는 고교 3학년이었던 지난 201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 출전했다. 투수로 선발 2경기에 나서 10과 3분의 1이닝 5실점을 기록했고, 타자로는 9경기에서 타율 0.324(34타수 11안타) 7타점을 남겼다. 한국과 5위 결정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이닝 1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패전 투수가 되기도 했다. 12년이 지난 2024년, 오타니는 모국 일본뿐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 MLB에서 투타 겸업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고, 야구장 안팎에서 곧은 성품을 보여줬다. 오타니는 한국을 다시 방문한 소감에 대해 "고교생 시절엔 방문한 외국이 한국·대만 정도였다.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다. 다시 돌아와 야구를 할 수 있어서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오타니는 한국행 전세기에 오르기 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내,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기다려지다!'라고 한글로 올렸다. 태극기 이모티콘도 붙였다. 입국 직전 상공에서 인천 도심을 찍은 사진도 태극기 이모티콘을 첨부했다. 오타니는 지난 13일에는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자신의 사진과 태극기 그래픽을 함께 게재했다. 한국, 한국 야구를 향한 호감이 전해졌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오타니의 다저스 데뷔전이다. 20일 열리는 1차전 상대한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는 같은 일본인 다르빗슈 유다. 오타니는 "어릴 때부터 보고 존경했던 선배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붙어보지 못했는데 기대가 된다"라며 설렘을 전했다. 다르빗슈 선배와는 WBC에서도 함께 뛰었다.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다. 어릴 때부터 보고 존경했고 많이 따라가려고 했다. 함께 훈련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붙어본 적은 없는데 기대가 많이 된다.오타니는 MLB 시범경기에서 타율 0.500(22타수 11안타) 2홈런을 기록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2024시즌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예고했다. 오타니가 공식 석상 인터뷰를 소화하며 서울시리즈를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16 15:37
프로야구

[단독] 김성근의 돌직구 “사장들은 2~3년 후 떠난다. 야구 미래 고민하겠나” [창간 54]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맞아 '레전드의 일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에 대한 부진 이유를 되짚어 보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입니다. 본지는 하리모토 이사오(한국명 장훈), 이토 쓰토무, 다카쓰 신고, 김성근 등 한국과 일본 야구에 정통한 레전드부터 일침(一針)을 들었습니다. 한국 야구가 다시 도약하길 바라는 이들의 ‘비수 같은 훈수’를 독자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전합니다. 여든이 넘은 노장(老將)은 지금도 야구장에 있다. 예능 프로그램 '최강 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은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서울 노량진야구장)에서 보내고 있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상세하게, 냉정하게 말해줄 그를 만났다.김 감독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후지나미 신타로(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처음 봤다고 한다. 일본의 고교생들을 관찰한 그는 이때부터 한일 야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당시 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야구 발전을 위한) 10년 대계(大計)가 있느냐고. 답이 없을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더라. 경기장에 와서 자리나 지키다가 중간에 가버리더라. 아마추어 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 야구단 사장도 모그룹에서 오지 않나? 그들은 2~3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이 야구의 미래를 고민하겠느냐는 말이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이사회(야구단 사장 모임)의 영향을 받는 구조다. 중요한 포스트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는가?" 수업뿐 아니라 ‘진짜 교육’ 필요그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동력은 그것뿐이라고 역설했다."돈이나 지위를 좇는 사람은 절대 미래를 그리지 못한다. 현재에 안주하거나 다른 자리를 찾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감독은 연승을 달릴 때 연패를 대비해야 한다. 관중이 많을 때 KBO는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게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거기에 야구인의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다."김성근 감독은 KBO리그의 기량 저하를 걱정했다. 한국 투수들의 구속이 예전보다 빨라진 건 틀림없다. 그러나 제구력 등 기술적인 발전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수비 실책을 남발하는 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이건 아마추어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본다. 유소년부터 중고교생까지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감독‧코치들이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선수들이 나쁜 폼을 고치지 못한다. 그러면 부상이 생긴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훈련 시간은 적은데 중-고교 대회는 너무나 많다. 좋은 투수가 예선에서 많이 던지느라 정작 준결승, 결승에는 등판하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전혀 우승팀답지 않다."김 감독의 주장은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로 대표되는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연관이 있다. 이는 중고교 선수들이 정규 수업을 듣고 경기는 주말에 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는 "공부시키자는 걸 누가 반대하나. 그런데 억지로 수업을 들었다고 정말 교육이 됐는가? (탁상행정 탓에)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받는다면, 아침과 저녁에 훈련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그의 비판은 유관 기관인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향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동할 권리와 직업 선택권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김성근 감독은 "난 지금도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내가 프로야구 감독을 할 때 스프링캠프에서 매일 한두 시간씩 선수들을 교육했다. 학생 야구도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요새 학교폭력 등도 이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가장 나쁜 일은 선수들의 미래를 막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돈‧지위 아닌 사명감 좇아야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인 중 일본 프로야구(NPB)를 가장 오래, 깊이 들여다본 지도자다. 2005년 롯데 마린스의 인스트럭터, 2006년 정식 코치를 지냈다. KBO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마치고 2018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을 맡았다. 2020년부터는 1군 코치 고문, 2022년에는 특별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김성근 감독은 "예전의 일본 야구를 생각해선 안 된다. 일본 선수들 체격이 좋아진 데다 훈련 방법도 과학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투구와 타격 자세를 재연했다. 2023년 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미‧일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는 건 탄탄한 기본기와 성실한 훈련 덕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KBO리그 선수들은 WBC에서 부진했을 뿐 아니라 부상도 워낙 많았다.그는 "WBC에 출전한 몇몇 우리 선수들을 보라. (근육이 아니라) 살이 붙어 있더라. 대회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 선수를 왜 뽑았나?"라고 물었다. 아마추어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소홀하고, 프로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도울 '코치의 부재'가 김성근 감독이 안타까워하는 한국 야구의 문제였다.김성근 감독은 "현재에 만족해서 그렇다. 더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미래가 있다. 2007년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했다.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건즈를 두 번 만나서 예선(6-3)에서 이겼지만, 결승(5-6)에서 졌다. SK는 다음날 귀국하지 않고 일본 고치 캠프로 갔다. 코치‧선수들에게 '퍼펙트한 팀을 만들자'고 했다. 그게 SK 왕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다시 사명감으로 이어진다."지난해 말 SK 출신 선수들이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감독님 계실 때 훈련하느라 죽을 뻔했다. 그래도 덕분에 성공했다'고 하더라. '내가 더 죽을 뻔했다'고 했더니 선수들이 '그건 맞다'며 웃더라. 나는 이 더위에도 하루 300개씩 펑고(fungo, 수비 훈련을 돕기 위해 타구를 날리는 것)를 친다. 집에 가면 온몸이 아프지만, 선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살리는 게 지도자다."인터뷰 내내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총체적 문제를 지적했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가 아쉬워하는 대상은 선수보다 행정가와 지도자, 즉 '야구계의 선배'였다.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만 나누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떠나면서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왕 출신 오 사다하루(83) 호크스 야구단 회장과 나눈 일화를 전했다."오 회장이 '긴상(金さん),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마지막 가는 길에 (야구계에) 혼을 선물하고 가자'고 했다. 나는 '좋습니다. 대신 악에 받쳐서 합시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답했다.”김식 기자 ◆김성근(金星根, 1941년 10월 30일~)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1961년부터 한국 실업야구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 마산상고, 충암고, 신일고 등에서 감독을 맡았고, 1982년 OB 투수코치로 프로 무대에 들어왔다. 1984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198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99년) LG 트윈스(2001~2002년) SK 와이번스(2007~11년)를 거쳐 한화 이글스(2015~17년) 감독을 역임했다. SK 시절엔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야신(野神)’으로 불렸다. 비판 의식이 강한 탓에 구단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3.09.28 11:00
메이저리그

부천중 개구쟁이 김하성은 그렇게 '프로'가 됐다 [창간 54]

2023년은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3년 차인 올해 공·수·주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내며 샌디에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아시아 내야수는 MLB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트리며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현지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한다. 일간스포츠가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김하성의 '특별한'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김하성을 지도한 은사들은 하나같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고 그를 기억했다."요즘 시대 태어났으면 김하성은 없죠"박건수 대원중 감독은 김하성의 가능성을 빨리 알아챈 지도자다. 안산 관산초등학교 감독 시절 부천북초등학교 야구부 소속의 김하성을 처음 만났다. 박 감독은 "성격이 워낙 개구쟁이인데 그 성격만 고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부천중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가게 되면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김하성을 데려갔다"고 돌아봤다.박건수 감독은 김하성의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운동보다 인성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감독은 "그 시절에는 체벌이 가능해 하성이가 야단도 많이 맞았다.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김하성이라는 선수는 없었을 거"라면서 "워낙 산만해서 정신 교육을 많이 했다. 어머니께서 (학교에) 오셔서 우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방지축 김하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그가 가진 재능 때문이었다. 박건수 감독은 "약간 자극하는 얘길 하면 기분 나빠서 안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하성이는 그 반대였다"며 "티 배팅을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나니까 '내 생각을 하고 후려쳐라'라고 했는데 그러면 열 받아서 막 치더라. 재능도 좋지만,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고 전했다.김하성이 부천중학교 3학년 때 박건수 감독은 일산 현산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김하성은 아버지와 함께 박 감독이 있는 일산까지 넘어와 개인지도를 받았다. 박건수 감독은 "어느 날 하성이 아버지께서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하성이가 진학하게 됐다고 하더라"며 "집안 사정이 풍족하지 않았는데 그 얘길 듣고 김성용 감독에게 부탁해 야탑고를 소개해 줬다. 처음에는 체구가 작으니까 썩 좋아하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감독 생활하면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선수"김성용 SSG 랜더스 단장은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넘게 야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역임했다. 김하성은 그가 키운 애제자 중 하나다.김성용 단장은 "아무래도 관내(성남시) 선수가 아니어서 하성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박건수 감독의 추천을 받아) 테스트 해보니까 수준이 굉장히 높더라"며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테스트한) 그 자리에서 바로 오케이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뛸 정도였으니 또래 선수들과 비교하면 움직임이나 운동 능력이 남달랐다"고 말했다.김하성은 야탑고 시절 멀티 플레이어였다. 1년 후배 박효준(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유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2루와 3루를 오가며 경기를 뛰었다. 혹자는 "김하성이 박효준에게 밀렸다"고 얘기한다. 김성용 단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단장은 "박효준이 들어왔는데 그 선수는 유격수에 적합했다. 반면 하성이는 여러 포지션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1학년 때 3루를 맡길 정도로) 송구 능력이나 강도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정 포지션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은 MLB 성공 비결 중 하나다. 김하성과 박효준의 키스톤 플레이는 명불허전이었다. 김성용 단장은 "당시 MLB 스카우트들이 하성이와 효준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감독 생활하면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었다"며 "특히 하성이는 목표 의식이 확실했다. 안타를 못 치면 들어와서 티 배팅을 한 박스 이상 칠 정도로 근성이 특별했다"고 말했다.김성용 단장은 취재진에게 '김하성은 슈퍼스타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운동 능력과 재능, 노력, 인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포인트가 다 맞아떨어져야 슈퍼스타가 되는 거라고 본다"며 "하성이는 흡수력이 좋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걸 흡수하는 건 선수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성이는 창의적으로 잘했다. 여러 포지션을 맡으면서 포핸드나 백핸드 캐치를 능수능란하게 했다. 러닝 스로나 점핑 스로 같은 여러 플레이도 자유자재로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게 지금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고 흡족해했다. "김하성의 평가는 A급이었다"김하성은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문을 두드렸다. 그해 드래프트는 유독 대어급 내야수가 많았다. 동국대 강민국(당시 NC 다이노스·1차 지명) 원광대 강한울(당시 KIA 타이거즈·2차 1라운드 전체 5번)을 비롯한 대졸 내야수의 상위 지명이 두드러졌다. 김하성은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다.주성노 당시 넥센 스카우트 팀장은 "김하성의 평가는 A였다. 좋은 선수였는데 주 포지션인 2루수로 서건창(현 LG 트윈스)이 있어 부족한 포지션을 먼저 뽑을 계획이었다"며 "김하성의 이름은 3라운드 전에 무조건 불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다. (혹시 앞서 호명될까 봐) 종이에 적힌 이름을 볼펜으로 계속 찍고 있었다"고 회상했다.고형욱 현 키움 단장의 기억은 더 자세하다. 고 단장은 당시 넥센 스카우트 차장이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넥센은 취약 포지션인 3루 보강에 집중했다. 2차 1라운드 투수 하영민에 이어 2라운드에서 덕수고 내야수 임동휘(현 임지열)를 지명한 이유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당시 넥센은 임동휘를 지명하기 전 타임을 외쳤다. 잠시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지명을 이어갔는데 고형욱 단장은 "하성이를 잡고 지열이를 기다릴지 지열이를 먼저 잡고 하성이를 기다릴 건지 확률을 따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3루수)을 빨리 지명하고 하성이를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순간적인 판단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말했다.주성노 전 팀장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할 때는 하성이가 2라운드 전에는 무조건 뽑혀 나갈 줄 알았다. 예상대로 되지 않으면서 우리가 찍었다"며 웃었다. 고형욱 단장은 "하성이 어머니께 '하성이는 어렸을 때 어땠어요'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그 대답이 아직 기억난다. 애가 기어다니는데 잠깐 옆에 있다가 어느 순간 없어져서 저쪽에 가 있고 다시 보면 갑자기 옆에 와 있을 정도로 빨랐다고 하더라.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은 타고난 거 같다"며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잘 성장했다. 바탕이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27 07:02
야구

158㎞ 강속구로 도쿄 정조준하다, 베이징 키즈 "간절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틀 연속 등판에도 직구 최저 시속은 151㎞였다. 대부분 공은 155㎞ 부근에 형성됐다. 직구 최고 시속은 157.4km. LG 고우석(23)은 올 시즌 가장 빠르고 강력한 직구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다. 올 시즌 고우석의 목표 중 한 가지는 한 달 뒤 열리는 도쿄 올림픽 그라운드를 밟는 것이다. 그는 "간절하다"라고 했다. 고우석에게 올림픽은 '꿈'을 키워준 무대였다. 그가 막 야구를 시작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끈 한국 야구는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고우석은 TV로 대표팀의 금메달 신화에 환호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라고 떠올렸다. 십여 년이 흘러 고우석도 프로에 입단했다. 2017년 LG 1차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는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10일 현재 14세이브를 올려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14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10, 피안타율 0.211로 안정감도 있다. LG는 정우영과 김대유가 허리진을 탄탄히 받쳐주고, 고우석이 든든히 뒷문을 지킨 덕분에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령탑은 강속구를 갖춘 마무리 투수를 선호한다.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하는 만큼 빠른 공을 앞세운 탈삼진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서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올 시즌 고우석의 직구 최고 시속은 지난 2일 잠실 KT전에서 기록한 157.8㎞다. 고우석은 직구를 앞세워 총 21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 19개를 기록하고 있다. 9이닝 기준 탈삼진 8.14개로 아주 좋다.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할 때는 힘으로 몰아붙인 뒤 유인구로 승부하는 패턴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라고 했다. 현재까지 활약으로만 놓고 보면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2016년 대만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프로 입단 후엔 2019 프리미어 12에 다녀오는 등 국제 대회 경험도 있다. 꼭 대표팀 뒷문은 아니더라도,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대표팀에 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영광이다"라며 "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꿈을 키웠기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내게는 간절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곧바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고우석은 "일단 중요한 건 다음 경기입니다"라고 했다. 우선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최우선으로 꼽은 것. 이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형석 기자 2021.06.11 14:56
야구

[배영은의 야·생·화] 류현진에게 없고 김광현에게 있는 것

[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재학하던 시절, 안산공고는 '광현공고'로 불렸다. 투타에서 전국 최강이었던 안산공고 에이스는 키가 훤칠하고 늘 활짝 웃었다. "타고난 스타 감"이라고들 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3학년들을 압도했다. 2005년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유일한 2학년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그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포철공고전에선 9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잡고 1-0 완봉승을 올렸다. 그날 안산공고가 뽑은 1점은 9회 선두타자 김광현이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해 만들어낸 점수였다. 그는 그때부터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꿈꿨다. 당시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꼭 '꿈의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듬해 SK 와이번스에 입단하고 에이스로 명성을 쌓아가는 동안에도 그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국 야구를 뒤흔든 유망주의 오랜 꿈은 결국 프로 입단 14년 만에 이뤄졌다.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시범경기 호투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나 싶던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졌다. 개막이 하염없이 미뤄졌다. 그사이 부상 중이던 선발 후보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합류했다. 지난달 25일에야 개막한 정규시즌. 김광현은 결국 선발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MLB 데뷔전을 치렀다. 얼마 뒤 마르티네스가 다시 이탈했다. 김광현에게 다시 선발 기회가 돌아왔다. 이번엔 팀 내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등판 후 23일이 지나서야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투구 수를 급격하게 늘릴 수 없어 3과 3분의 2이닝만 소화했다. 22일(한국시각) 신시내티와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마침내 '진짜 김광현'을 보여줬다. 6이닝 무실점. 대망의 MLB 첫 승리를 얻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김광현의 투구 템포다. 베테랑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가 사인을 내면, 김광현은 고개 한 번 젓지 않고 투구 준비를 시작했다. 자신감과 공격성, 믿음을 동시에 보여줬다. MLB닷컴 세인트루이스 담당 기자 제프 존스는 "인터벌이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보다 10배는 빨랐던 것 같다"고 감탄했다. 김광현은 역동적인 투구폼만큼이나 표정도 변화무쌍한 투수다. 메이저리거 선배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가장 다른 부분이다. 류현진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경기 중 아무리 아쉬운 상황이 벌어져도, 늘 같은 표정으로 평정심을 유지한다. 마운드에서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 반면 김광현은 위기를 삼진으로 벗어났을 때 활짝 웃는다. 아쉬운 홈런을 맞으면 고개를 갸웃하며 크게 탄식한다. 감정이 읽히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경기에 또 다른 드라마를 부여한다. 극적인 삼진 뒤에 따라오는 에이스의 환한 미소는 팀의 기운을 더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한때는 김광현도 류현진의 포커페이스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잘 웃는다고 좋아하는 분도 많았지만, 그만큼 욕도 많이 먹었다. 나도 표현을 자제해야 하나 신경 쓴 적도 있다. 지금은 경기 분위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 스타일대로 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스마일 K' 김광현은 아직 '100%의 미소'를 보여주지 못했다. 모든 게 새롭고 어색한 MLB의 루키다. 경기 내내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2007년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신인 김광현은 현역 최고 포수였던 박경완(현 SK 감독대행)과 호흡을 맞췄다. 그때도 그는 자기 공을 믿고, 좋은 포수를 믿었다. 자신감을 앞세워 스포트라이트의 부담을 이겨냈다. 지금 김광현의 파트너는 MLB 최고 포수 몰리나다. 또 한 번 믿고 따를 동반자를 만났다. 김광현은 MLB 첫 시즌을 위해 출국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돌아와 귀국 때도 많은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하고 싶다. 아직은 나만의 희망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현만의 희망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야구팬이 김광현을 더 자주, 더 많이 보고 싶어한다. '스마일 K'의 미소를 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2020.08.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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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2021 도쿄올림픽까지 야구 대표팀 지휘

김경문(62) 감독이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에서도 야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6일 "2021년 열리는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김 감독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사령탑으로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그 공을 인정해 김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의 전승 우승을 지휘한 사령탑이다. 지난해 초 제2대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선임됐다. 올해 8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계약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회가 1년 연기돼 김 감독의 임기도 늘어나게 됐다. 협회는 또 12월 20일부터 26일까지 대만 가오슝에서 개최되는 제13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청소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김성용 야탑고 감독을 선임했다. 9월 멕시코 시우다드 오브레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23세 이하)는 내년 9월로 연기됐다. 협회는 "코로나 19 여파로 국제기구(WBSC, 아시아야구연맹)가 주최하는 국제대회 일정이 재조정되고 있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그에 따라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및 강화훈련 계획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07.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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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20 신입사원⑩] KIA 투수 정해영, "언젠간 나도 양현종 선배님처럼"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KIA 정해영(19)은 올해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기대주다. 광주제일고 3학년이던 지난해 KIA의 선택을 받은 직후부터 야구 외적인 이유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해태 왕조'의 일원이었던 명 포수 출신이자 지난해까지 KIA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정회열 전 코치의 아들이라서다. 정 코치는 1990년 KIA의 전신 해태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원민구(1984)-원태인(2019·삼성) 부자에 이어 KBO 리그 역대 두 번째로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팀 1차 지명을 받은 영광을 누리게 됐다. 남다른 재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KIA는 정해영을 뽑으면서 "체격 조건이 좋고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인 투수"라며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공을 편하게 던지고, 좌우를 넓게 활용하는 제구력이 장점"이라고 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팀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청소년 국가대표로도 뽑혀 제12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입단하자마자 좋은 기회도 거머쥐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된 1군 스프링캠프에 동행해 쟁쟁한 선배 투수들과 풀타임으로 합동 훈련을 소화했다. 정해영은 "부상 없이 캠프를 끝까지 잘 치를 수 있어 정말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체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고, 안정된 체력으로 몸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기술적으로는 하체를 활용해 투구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힘썼다"고 했다. KIA는 정해영을 선동열과 윤석민의 뒤를 잇는 오른손 정통파 에이스로 키우고 싶어 한다. 왼손 선발로는 양현종이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버티고 있는 KIA지만, 믿을 만한 오른손 선발은 윤석민 이후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급 투수가 될 자질을 고루 갖춘 정해영은 기대를 걸어볼 만한 후보다. 서재응 투수코치와 앤서니 르루 투수코치가 그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내기 위한 '특급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정해영은 "코치님들께서 '공을 던질 때 키킹을 끝까지 하지 못해 상체가 한쪽으로 쏠린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이 점을 고치기 위해 키킹을 끝까지 하고 하체를 활용하면서 공을 던지려고 많은 훈련을 했다"며 "캠프와 훈련을 거치면서 흔히 공을 '때린다'고 하는, '임팩트'가 좋아졌고 자연스럽게 공에 힘이 붙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대망의 프로 첫 시즌.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를 만나 개막이 한 달 넘게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정해영은 "연기된 기간 동안 팀 자체 청백전을 치르면서 꾸준히 기회를 받았기에 괜찮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KIA의 '미래'는 이제 곧 출발선에 선다. 유독 좋은 신인들이 많은 시즌이라 불꽃 튀는 경쟁도 예상된다. 정해영은 "신인 선수라면 누구나 첫 해 '신인왕'을 꿈꾸겠지만, 나는 우선 올해 1군에서 게임을 나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다른 팀 신인 선수들도 다같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모두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잘 해내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기자 관련기사 정민태 등번호 후계자, 한화 차세대 에이스 남지민 '실력+배포 겸비' 소형준, KT 첫 '투수 신인왕' 겨냥 개봉 앞둔 '타자 원탑 유망주' 키움 박주홍 정우영에 이어 올해도…즉시 전력감으로 떠오른 LG 김윤식 KBO 리그 최단신…삼성 '작은 거인' 김지찬 공수주 다 갖춘 SK 최지훈, '제2의 김강민' 꿈은 아니다 99순위 안권수, 휴먼 스토리 그 이상의 자질 "최준용, 직구·슬라이더 조합 위협적…당장 1군 올라와도 불펜에서 활약 기대" 완벽했던 고교 시절, NC 미래의 에이스 정구범 2020.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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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2020 신입사원⑨] 완벽했던 고교 시절, NC 미래의 에이스 정구범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사그라질 줄 모른다. 2020 KBO 정규시즌 개막 역시 기약이 없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4월 중순으로 한 차례 미뤘던 KBO는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에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회적 긴장감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고, 5월 개막은 물론 경기 일정 축소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선수단과 팬들의 감염을 막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 리그 강행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누구보다 벅찬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해왔던 이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각 팀의 '새얼굴'들. 대망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에 부딪힌 김광현(세인트루이스)처럼, KBO 리그에도 아직 새로운 출발선에 설 그날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다리는 일간스포츠가 그 안타까운 이름들을 한 발 먼저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일간스포츠 야구팀〉 덕수고를 졸업한 정구범(20)은 지난해 8월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빠르게 호명됐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NC의 선택을 받았다. 서울권 팀들의 1차 지명 후보로도 거론됐던 정구범은 중학교 때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유급하는 바람에 2차 지명 대상자가 됐다. 2018년 리그 최하위에 머물었던 NC로선 뜻하지 않은 대어를 손에 넣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학년 때 전국대회 성적이 3승 1패 평균자책점 1.35(39⅔이닝 6자책점)다. 159타자를 상대해 단 하나의 피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46개. 2018년 9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2학년 중에선 정구범과 정해영(광주일고·현 KIA) 안인산(야탑고·현 NC)만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정구범은 대만과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설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졸업반인 3학년 때에는 더 완벽했다. 전국대회 성적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0(40⅓이닝 4자책점)으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78에 불과했다. 동급생 중에선 경쟁자가 없었다. NC는 1차 지명자 김태경(용마고)보다 1억원 많은 계약금 2억5000만원을 안겨 유니폼을 입혔다. 민동근 NC 스카우트는 "정구범은 스트라이크존을 좌우, 상하로 나눠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4가지 구종(직구·슬라이더·커브·스플리터)을 자유롭게 던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심을 끈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빠졌다. 이동욱 감독은 정구범을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데려가지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만큼 우선 꼼꼼하게 몸 상태를 체크했다. 국내에 남은 정구범은 왜소한 체구를 단단하게 만드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김종문 NC 단장은 "입단 후에 체중을 5kg 정도 늘렸다.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욱 감독의 기대도 크다. 이 감독은 "(입단 후) 팔이나 어깨 쪽 재활을 잘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뒤에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투구 내용을 봐야 하지만 고등학교 때 던졌던 걸 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좋은 왼손 선발 투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3선발 구창모를 비롯해 최성영, 김영규 등 팀 내 왼손 투수가 적지 않다. 정구범은 향후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수 있는 최상급 유망주라는 평가다. 김 단장도 "야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다. 미래의 에이스"라고 했다. 가치는 지난 3월 다시 한번 확인됐다. KBO가 발표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111명)에 포함됐다. 신인 중에선 정구범, 소형준(KT) 남지민(한화) 3명만 KBO 기술위원회 선택을 받았다. 소형준과 남지민이 모두 1군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는 걸 고려하면 정구범은 캠프를 뛰지 않은 신인 중에서 유일했다.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계기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정구범은 "노력해서 1군에 꼭 뛰어보고 싶다. 1군에서 뛴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관련기사 정민태 등번호 후계자, 한화 차세대 에이스 남지민 '실력+배포 겸비' 소형준, KT 첫 '투수 신인왕' 겨냥 개봉 앞둔 '타자 원탑 유망주' 키움 박주홍 정우영에 이어 올해도…즉시 전력감으로 떠오른 LG 김윤식 KBO 리그 최단신…삼성 '작은 거인' 김지찬 공수주 다 갖춘 SK 최지훈, '제2의 김강민' 꿈은 아니다 99순위 안권수, 휴먼 스토리 그 이상의 자질 "최준용, 직구·슬라이더 조합 위협적…당장 1군 올라와도 불펜에서 활약 기대" 2020.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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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토리] '안산공고 슈퍼스타' 김광현이 빅리그 꿈 이루기까지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이 재학하던 시절, 그의 모교인 안산공고는 이른바 '광현공고'로 통했다. 투타에서 모두 전국 최강 실력을 자랑하는 데다 키가 훤칠하고 웃는 모습까지 멋진 꽃미남 고교생 투수. 야구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할 듯한 '본 투 비 스타'였다. 2005년에는 모두 고교 3학년생들로 이뤄진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유일한 2학년 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한 경기에 탈삼진 16개를 잡아낸 적도 있다. 2005년 6월 30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 안산공고가 포철공고를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던 날이다. 2학년 에이스 김광현은 경기 개시 후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시작으로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9이닝 동안 아웃카운트 16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김광현은 이날 타석에서도 2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안산공고가 유일하게 뽑은 1점이 바로 김광현이 9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1사 후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만들어낸 점수였다. 그야말로 원맨쇼. 야구계가 '김광현'이라는 이름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한 시기다. 그때부터 김광현은 막연하게 메이저리거를 꿈꿨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고의 투수들이 뛰고 있는 '꿈의 무대'에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다"고 했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에서 뛰어보고 싶다. 랜디 존슨의 투구를 보고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로 성장할, 유망한 왼손 투수의 부푼 꿈. 그 희망이 결국 프로 입단 13년 만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이제 김광현은 당분간 KBO 리그의 SK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세인트루이스 소속 투수다. 고교 1순위 투수 김광현은 자연스럽게 연고 지역 구단 SK의 1차지명을 받아 2007년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다만 한 살 선배이자 늘 비교의 대상이던 류현진(당시 한화)과 달리 데뷔 첫 정규시즌에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주위의 너무 큰 기대와 관심은 오히려 앳된 고졸 신인에게 독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확실히 김광현은 조금 더 극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에이스의 태동을 알렸다. 바로 그 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7⅓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SK는 그 승리를 발판 삼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김광현은 입단 2년째인 이듬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 후 줄곧 KBO 리그 간판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군림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일본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또 류현진, 윤석민(전 KIA)과 함께 '빅 3' 트로이카로 불리며 모든 구단이 두려워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2010년은 김광현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2011년부터 3년간 어깨 통증으로 예년만 못한 성적을 내며 고전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첫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가 불발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SK는 2014시즌이 끝난 뒤,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이미 류현진이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보여준 뒤였고, 윤석민도 미국으로 떠나 볼티모어에 몸 담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당시 메이저리그 포스팅은 최고 응찰액을 적어낸 구단이 독점 교섭권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샌디에이고가 턱없이 기대에 못 미치는 200만 달러를 적어내 실망을 안겼다. SK가 고민 끝에 그 금액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결국 연봉 협상 과정에서 김광현은 SK에 남는 쪽을 택했다. 3년간 계속됐던 어깨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결국 김광현의 날개를 꺾었다.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시즌 막바지부터 계속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시즌 종료 후 정밀 검진을 받았고, 끝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2017시즌을 통째로 쉬면서 치료와 재활에 매진했다. 그 사이 머리를 커트하지 않고 어깨까지 길렀다가 2018년 복귀 등판을 마친 뒤 머리카락을 잘라내 소아암 환자에 기부하는 선행 이벤트를 펼쳐 박수를 받기도 했다. SK는 2018년 김광현의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조절하면서 에이스의 팔을 보호하는 데 힘썼고, 완벽하게 부활한 김광현은 올해 2010년에 이은 두 번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내면서 다시 에이스로 날아 올랐다. 그렇게 김광현에게는 꿈을 펼칠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어느덧 30대 초반에 접어든 김광현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각오로 구단에 "더 늦기 전에 해외에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다. SK 역시 10년 넘게 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광현의 공을 높이 사 포스팅을 허락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포스팅에 나온 김광현에게는 이전과 달리 수많은 구단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년간 보여준 김광현의 위력과 가능성에 여러 구단이 관심을 표현했다. 그 영입전의 승자는 물밑에서 조용히, 그러나 가장 빠르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세인트루이스였다. 김광현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16일 조용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일사천리로 메디컬 테스트와 협상을 마친 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국인 투수 오승환이 한 차례 거쳐갔던 팀에서 까까머리 고교생 시절부터 품어 온 소망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지난 13년간 KBO 리그에서 남긴 수많은 족적을 뒤로 하고 김광현은 이제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빅리그에서 크게 성공한 류현진을 '롤 모델'로 삼아 더 큰 무대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이룬 최고 투수의 새로운 도전에 수많은 팬의 격려와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배영은 기자 2019.12.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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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성장, 전반기 롯데의 유일한 수확

신인 우완 사이드암 서준원(19)은 최악의 전반기를 보내고 있는 롯데에 유일한 위안이다. 2019년 1차 지명 투수 서준원이 전반기 등판을 마쳤다. 23경기에 등판해 2승5패·평균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불펜으로 1군 무대에 데뷔했고, 5월 마지막 주부터 선발로 전환했다. 구원 등판한 16경기에서는 6점(6.75)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선발로 나선 7경기는 4점(4.72)대를 기록했다. 2019년 1차 지명 투수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속구를 뿌리며 주목받았다. 프로 무대에서도 역동적인 투구 폼과 뛰어난 구위로 기대를 모았다. 성적은 평범한 수준이다. 동기인 LG 불펜 투수 정우영(20)은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올스타전 베스트12에도 선정됐다. 삼성 원태인(19)도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크게 밀려 있다. 발전 가능성은 확인했다. 경쟁력으로 빠른공만 내세우지 않는 투수다. 갑작스럽게 선발로 전환했지만 준수한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 줬다. 변화구 제구력은 다듬어야 한다. 결정구로 던지는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적당한 구속과 궤적을 보여 줬다. 움직임이 있는 속구도 효과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배포가 있다. 홈런을 맞은 타자와 승부에서도 피해 가는 투구를 하지 않는다. 표정 관리도 뛰어나다. 회복 탄력성도 좋다. 지난 3일 열린 문학 SK전에서는 데뷔 최다 실점(8점)을 내줬다. 열흘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체력 안배를 받고 복귀한 경기에서 무너졌다. 그러나 다음 등판이던 9일 NC전에서는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내며 롯데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는 6월 15일 KIA전에서도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여덟 경기 연속 무승을 깨는 데 기여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긴장하는 모습은 보여 주지 않았다. 아직 경기 기복이 있다. 투구 수 80개를 넘어서면 급격하게 구속이 줄어드는 약점도 있다. 그러나 신인 투수가 통상적으로 겪는 문제다. 오히려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3년 차 윤성빈, 여전히 컨디션에 따라 투구 내용에 차이가 큰 김원중보다 낫다. 선수 스스로 보강 운동과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는 "이전에는 막연하게 '헤야 한다'고 생각했던 등판 이후 운동을 더 철저하게 하고 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고, 발언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승부욕과 문제를 보완하려는 의지가 강한 선수라는 평가도 받는다. 서준원은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롯데가 뽑은 1차 지명 선수와 2차 1라운더 가운데 유일하게 데뷔 첫 시즌에 1군에 안착한 투수다. 성장 가능성도 보여 줬다. 롯데에 그토록 나오지 않던 1년 차 기대주가 등장했다. 그의 후반기가 더 기대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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